21세기가 시작될 때 사회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하이테크'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삶의 여러 자리에서 그들의 예언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핸드폰과 이메일의 보급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혁명과 같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찰라 같은 시간이면 공간의 제약를 넘어 서로의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도의 기술 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큰 흐름은, 살가운 사람 내음을 찾는 열망의 폭발입니다. 기술 사회 속에서 사람은 고독합니다. 지난 100년 동안 사람들은 거대 군중 속에서 익명의 개인으로 묻혀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하이터치'를 갈망합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이든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생각과 마음과 삶을 나누고 있습니다.
교회도 이러한 거대 흐름에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세기 목회의 화두가 교회성장이었다면, 21세기 목회의 화두는 교회건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날 우리는 교회의 외형을 성장시키기 위해 대그룹 사역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목회에 관한 가장 큰 화두는 '소그룹 사역'입니다.
질과 양을 이분법적으로 분리시켜 생각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교회의 질적인 면입니다. 교회의 건강이 강조되면서 가장 전면에 부각된 것이 '소그룹'과 '리더십'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소그룹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주목하는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목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어 소그룹 사역의 위치와 역할이 어떠하길래 이렇게 집중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건강한 소그룹이 갖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소그룹은 치유를 촉진시키는 병원입니다.
소그룹의 기능을 묘사하는 첫번째 표현은 '병원'입니다. 성도들이 아플 때 교회는 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는 갈라디아서 6:2절의 말씀처럼, 교회는 서로의 짐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이러한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곳이 소그룹입니다.
위급한 상황에 빠져 있는 성도를 돌보는 일은 상호관계가 긴밀한 소그룹이 담당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응급상황 이후의 재활 과정 속에서의 돌봄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한 소그룹에서는 깨어지고 부서진 우리의 삶의 연약한 부분을 고백할 수 있는 신뢰감이 쉽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안전한 소그룹입니다.
2. 소그룹은 사역자를 세워주는 영성 훈련과 성숙의 장입니다.
소그룹의 기능을 묘사하는 두번째 표현은 '헬스클럽'입니다. 성도들에게는 삶 속에서 서로를 세워주는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강한 동료애는 유대감이 깊은 관계에서 생겨나는 법입니다. 소그룹은 성도 각자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 수 있도록 서로를 돕는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기도'입니다. 서로가 함께 기도할 때, 성령의 강한 역사함을 경험합니다. 두 번째는 말씀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말씀을 보는 법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다른 사람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습관화 해야만 합니다.
3. 소그룹은 기쁨을 나누는 가족입니다.
소그룹의 기능을 묘사하는 세번째 표현은 '가족'입니다. 가족은 서로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한 모임을 갖습니다. 그런데 대그룹의 형태를 가진 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도의 신앙생활에 있어 서로를 축하하고 기뻐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는 서로의 삶의 기쁨과 사역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모임이 소그룹입니다. 상호 간의 관계가 가족처럼 친밀해진 소그룹에서는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습니다.
4. 소그룹은 사역의 발판이 됩니다.
소그룹은 많은 사람들이 사역에 가담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각자의 은사는 소그룹을 통해 발견되고 시험될 수 있습니다. 경쟁이나 비교의 과정을 통해 일할 기회를 얻기 힘든 대그룹과 달리 소그룹에서는 각자의 은사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쉽게 얻습니다.
특히, 소그룹에서는 소외된 자들을 서로 돌보고 회복시키는데, 각자가 가진 은사가 발휘되는 좋은 공간이 됩니다.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섬기기에는 다소 부족한 역량을 가진 사람에게도 사역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소그룹이 갖는 네번째 기능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사역의 기회를 성도들은 탁월한 사역자로 성장할 기회를 얻습니다.
5. 소그룹은 리더십 실험실입니다.
소그룹은 리더십 계발을 할 수 있는 실험실입니다. 교회에서 리더로 준비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소그룹입니다.
자녀를 낳고 양육해 봐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듯이 소그룹 안에서 서로를 향한 섬김과 나눔을 통해 목자의 마음을 배우고 지도자의 자질을 실험하며, 섬김의 역할과 목자의 마음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건강한 리더십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특징에서 살펴 보았듯이 소그룹은 우리의 목회 사역에 있어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소그룹 사역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목회 사역에 있어 전문가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들이 소그룹 사역에 있어 초보자로 남아 있어서는 안됩니다.
설교 사역으로 대표되는 대그룹 사역에 큰 은사와 열매가 있다고 해서 소그룹 사역에 부족한 부분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부족한 부분일수록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잘 될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는 열심이 필요합니다. 아무쪼록 우리의 헌신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든든히 세워져 가기를 소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