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87호 - 명품 CEO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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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처럼 리더에게도 등급이 있다고 하면, 그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요? 2007년 6월 25일자 발행된 LG주간경제 942호에 실린 김현기 책임연구원의 CEO리포트「명품 CEO의 조건」이란 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런 경영자가 ‘명품 CEO’

명품 브랜드들이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탁월한 디자인과 높은 수준의 품질을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아까워하지 않을 만큼의 차별적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들은 “하나의 명품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품질, 그 이상의 ‘장인 정신’, ‘친근함’, ‘마니아’, ‘일관된 전통’, ‘희소성’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이러한 명품 브랜드의 이치는 경영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성과는 뛰어나지만 구성원들이 존경하지 않는 경영자, 예컨대 쇠락의 기로에 있던 회사를 극적으로 회생시키며 탁월한 업적을 남겼던 크라이슬러社의 리 아이아코카의 경우 스스로를 지나치게 영웅화하면서 구성원들의 신망을 잃은 바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구성원들은 좋아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영자도 있습니다. 한 때 산업혁명가로 불리던 컴팩社의 CEO 에크하드 파이퍼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불명예 퇴진한 바 있고, 혜성처럼 등장해 경영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며 HP社를 이끌었던 칼리 피오리나 역시 컴팩 인수에 대한 책임과 성과 부진으로 자리를 물러났습니다. 반면 잭 웰치, 로이 바젤로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짐 맥너니 등과 같이 시간이 흐를수록 훌륭한 경영자로 칭송되며 오래도록 회자되는 CEO들도 있습니다.

명품 CEO의 조건 1 - 미래를 보는 눈

첫 번째 조건은 미래를 읽는 눈, 즉 선견지명(先見之明)입니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경영자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한발 앞서 예측하여 준비하고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자는 큰 눈으로 비전을 보고, 입체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적 감각과 직관으로 판단하고 이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명품 CEO의 조건 2 - 창의성

둘째, ‘창의성(Creativity)'입니다. 경영자의 창의적 능력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 됩니다. 좋은 본보기로는 창의적 경영자의 대표 아이콘으로 유명한 애플社의 CEO 스티브 잡스입니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가 지배했던 1970년대에 그는 이미 개인용 PC 시대를 열었고, 세계 최초의 컴퓨터 3D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장본인기도 합니다. CEO로서 그는 평소 ‘기존의 질서와 철저히 다르고 새로운 것'을 중시하며, 유난히 기술보다는 디자인과 창의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시해 화제가 된 애플社의 모든 제품은 그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발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아이맥' 컴퓨터와 전 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을 강타한 ‘아이팟'이 바로 그것입니다.

명품 CEO의 조건 3 - 용병술

빼어난 인재를 선별해 내고,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인재 용병술을 겸비하는 것도 명품 CEO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슈퍼맨 같은 CEO라 할지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빌 게이츠는 스티브 발머라는 경영 천재를 삼고초려를 통해 자신의 오른팔로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빌 게이츠 혼자서 MS社를 일구어낸 것으로 오해하지만 전문가들은 “MS社 성장의 다른 한 축에 스티브 발머가 있었다”는 얘기를 한결같이 말합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빌 게이츠 역시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곁에 항상 스티브 발머와 같은 스마트 피플(Smart People)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MS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명품 CEO의 조건 4 - 인간미

인간미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CEO에게 있어 인간미란 단순히 인간적으로 편하고 좋아 보이는 사람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경영자에게 있어 진정한 인간미는 ‘배려', ‘칭찬', ‘겸손'의 3박자를 고루 갖출 때 의미가 있습니다. 따뜻하고 순수한 가슴으로 구성원들을 감싸 안아주는 배려, 구성원들을 긍정의 힘으로 변화하게 만들 수 있는 칭찬, 경영자의 겸허한 자세는 그 어떤 것보다 경영자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심을 형성시키기 때문입니다.

명품 CEO의 조건 5 - 배움에 대한 열정

1분 1초도 헛되이 보낼 수 없는 것이 경영자의 위치입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경영자가 공부를 게을리 하면 회사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합니다. 경영자들의 학습은 ‘조찬 세미나', ‘독서', ‘경영자 코칭', ‘벤치마킹'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구성원이 있는 현장'을 학습의 장(場)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합니다. 월마트社의 설립자 샘 월튼은 현장을 순회하며 직원들과 ‘대화 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직원들 간의 대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조직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도 한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현장으로 직접 가지는 않지만, 현장 구성원들이 작성한 생생한 제안서를 읽으면서 학습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70시간 이상 일하는 일 벌레로 알려져 있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마치 블랙홀처럼 대량의 정보를 흡수하는 ‘공부벌레'로도 유명합니다. 잭 웰치도 빼놓을 수 없는 공부벌레 중 한 사람입니다. 그의 저서 「끝없는 도전과 용기」에서 CEO 취임 초창기 금융에 관한 복잡한 내용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모든 용어를 보통 사람들의 언어로 풀어 쓴 ‘어린이용 교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고, 어느 누구와 대화해도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힙니다.

명품 CEO의 조건 6 - 건강

넘치는 활력과 스테미너의 근간이 되는 건강도 중요합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정점에 있는 CEO는 회사의 수장으로서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외면상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뒷모습은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매 순간 피 말리는 고민을 해야 하고, 때로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책임감과 고뇌가 만만치 않습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CEO는 그 자리에 쏟아지는 스트레스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CEO의 건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심심찮게 CEO의 건강 이상설이 나돌면 그 자체가 기업에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명품 CEO의 조건 7 - 정직한 품성과 도덕성…‘정도(正道)'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도(正道)만을 걷는 자세도 명품 CEO가 갖추어야 할 조건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의 정직한 품성과 도덕성이야 말로 존경 받는 경영자의 근간이다. 바른 길을 걷는 경영자의 자세는 그를 따르는 모든 부하 직원들의 본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창조적 기업의 발판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자신의 업적을 위해 부하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혼자 전용하거나, 장기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재임 기간 중 당장의 재무성과를 내어 많은 보상을 받고 타 회사로 이직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경영자 기회주의(Managerial Opportunism)'라고 하는데 이런 기회주의자가 존경 받을 수는 없습니다.

명품 CEO의 조건 8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사회적 책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자의 자세도 명품 CEO의 조건입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장기적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세계적 제약 기업 머크社의 전 CEO 로이 바젤로스는 1990년 ‘강변실명증(화선사사충이란 기생충에 의해 실명에 이르게 하는 질병으로 주로 강변에서 감염)'의 공포가 아프리카 대륙을 뒤덮었을 때, 그 치료약을 개발하겠다고 이사회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약을 개발/판매해도 이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치료약 개발에 대해 크게 반발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치료약이 아프리카에 무료 보급되자 회사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고, 과학자들은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머크社를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지목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약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미래에는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CEO의 혜안이 세계 최고의 제약 기업을 탄생시키는 발판이 된 것입니다.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나열된 8가지 조건 중에 만만하고 쉬운 것이 하나도 없지만, 소홀히 다룰 수 있는 조건도 없습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욱 힘이 듭니다. 그러나 제대로 세워진 리더의 영향력이 얼마나 위력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 자신을 평가하고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8가지 조건을 더 나은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기준으로 삼고 노력해 간다면 우리도 분명「명품 CEO」라는 평가를 듣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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